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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두자춘 (杜子春)

by Sallyyyy 2022.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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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민속 이야기를 엮은 중국해학소설대계 라는

고서에서 나온 이야기중 에피소드

 

두자춘(杜子春)은

주(周) 나라 말기에서 수(隨) 나라 초기 사람인 듯하다.

 

젊었을 때부터 태평스러운 성격으로 가업에 힘쓰지 않음은 물론

날마다 술친구와 벗하며 마시고 먹고 하다 보니

얼마 못 가서 전 재산을 탕진해 버렀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친척이나 친구 집에 신세를 지고 살아갔지만

그나마도 하루 이틀이지 차츰 주위의 사람들이 그를 백안시하고 경원하게 되었다.

 

 어느 음산한 겨울날,

자춘은 누더기 같은 옷을 입고 장안 거리를 터덜터덜 걸어가고 있었다.

 

날은 저물어 가는데 쪼르륵거리는 뱃속을 채울 길이 없어

정처 없이 동편 시장 거리 근처를 헤매다가

 

너무도 지쳐서 무심한 하늘을 바라보고 장탄식을 하고 있었다.

 

 그때 한 노인이 지팡이를 짚고 나타나 자춘에게 말을 걸었다.

"무얼 그렇게 탄식하고 있소?"

 

자춘은 묻는 대로 자기 심정을 호소하고

덧붙여 친척들의 냉담한 태도에 대한 불평도 늘어놓으며 차가운 세상을 비관했다.

 

노인이 말했다.

"얼마만큼 돈이 있으면 충분하겠나?"

"엽전 사오만 정도만 있으면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겠지요."

"그 정도 가지고는 모자랄걸."

 

그럼 십만……

아직 멀었어

백만……

좀 더.

삼백만……

 

그때서야 노인은 싱그레 웃으며

"그만하면 되겠지."

 

하더니 소매 속에서 돈을 한 꾸러미 꺼내면서 말을 이었다.

오늘 저녁에는 이것만 드리지. 내일 정오에 서쪽 시장의 페르시아

사람 저택 앞에서 기다리고 있소. 늦지 않도록 명심하게나.

 

 그 시간에 자춘이 가보니 노인은 약속대로 삼백만이란 엄청난 금액을 건네주고

인사도 받지 않고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자춘은 푸짐하게 돈이 생기자 또다시 놀아날 생각부터 먼저 했다.

그만한 돈만 있으면 평생 동안 굶지는 않으리라는 자신이 생겼기 때문이다.

 

 좋은 말을 사들이고 비단옷을 입고,

옛날의 술친구들을 불러내었다.

 

노래하고 춤추면서 부어라 마셔라 하고 청루에서만 세월을 보내고

돈을 벌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일 이 년을 보내고 있는 동안에

삼백만이란 거금은 차츰 자취도 없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값진 옷이며 수레, 그리고 좋은 말까지도 팔아치우고 값싼 나귀를 타다가

마침내는 나귀마저도 팔아치우고 걸어 다니는 꼴이 되었다.

어느덧 옛날의 빈털털이로 되돌아갔다.

 

이쯤 되었으니 또 정처 없이 거리를 방황하는 도리밖에 없지 않겠는가.

또다시 동쪽 시장의 서편 문 앞에 앉아서 한숨만 푹푹 쉬고 있었다.

 

 바로 그때 몇 년 전의 그 노인이 또 나타나서

자춘의 손목을 잡고 은근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귀공은 다시 이런 신세가 되었나?"

 

거 첨 이상한 일이로군 한 번 더 도와주고 싶은데 얼마나 있으면 되겠나?

자춘은 얼굴이 홍당무가 되었다. 부끄럽고 창피해서 감히 대꾸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노인은 몇 번이고 말을 해보라고 권했으나 그는 고맙다는 인사만 할 뿐이었다.

그러자 노인이 먼저 결정을 내리고 가버렸다.

"내일 정오, 그 자리로 다시 와보게."

 

 다음날 두자춘은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그 자리로 달려갔다.

이번에는 자그마치 일천만이라는 놀라운 대금을 주었다.

 

자춘은 돈을 손에 넣기 전까지만 해도 노인의 말에 용기를 얻고 새로운 결심을 했었다.

이번에는 그 돈으로 사업을 시작해서 진(晉) 나라에 석계룬(石季倫)이나

춘추시대(春秋時代)의 의돈(義頓) 따위 부자는

 

발치에도 오지 못할 정도가 되겠다는 비장한 생각마저 품었다.

그러나 막상 돈을 손에 쥐니 마음이 싹 변해 버렸다.

 

다시금 방탕 삼매경(放蕩 三昧境)에 빠졌으니

이 년도 못되어 전보다 더욱 한심한 알거지가 되고 말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우연히 옛날 그 자리에서 그 노인을 세 번째로 만나게 되었다.

자춘이 부끄러움을 감추지 못해 얼굴을 소매로 가리고 도망 치려하자

노인이 옷자락을 붙들며 말했다.

 

"임자는 어째서 그렇게도 제대로 살아가질 못하는고…"

안타까워하면서 노인은

 

지난번의 세 배나 되는 엽전 삼천만을 주면서 몇 마디 지껄였다.

"이래도 살림을 꾸리지 못하면 당신의 가난은 당신의 죽는 날까지 친구가 되는 수밖에 없어."

자춘은 생각했다.

 

(나는 못난 놈이라서 재산도 다 털어먹고 돈 있는 친척들도 돌봐주는 사람이 없다.

그런데도 이 노인은 세 번씩이나 도와주셨다. 어떻게 하여 이 은혜를 갚을 것인가?)

 

 자춘을 제법 굳은 결심이라도 한 듯 노인에게 말했다.

 

"저는 이 돈으로 사람다운 구실을 할 수 있을 겝니다.

또한 의지할 곳 없는 친척들도 먹여 살릴 수 있을 겝니다.

저는 세상의 의리와 의무에 소홀하지 않게 되겠지요."

 

"어른의 큰 은혜에 감격했어요.

앞으로 사람으로서 할 일을 다 끝내면 어른의 말씀에 복종하고 뒤따를 결심입니다."

 

노인은 빙그레 미소를 띠었다.

"그만하면 나도 만족이지. 그대는 우선 생계를 마련한 후에 내년 음력 보름날,

말하자면 중원 날(中元日)에 노자(老子)의 신목(神木)이라는 두 그루 느티나무 아래로 오게나."

말을 그친 노인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갔다.

 

 자춘은 회남(淮南) 지방에 살고 있는 가난한 친척들에게

돈 삼천만을 송두리째 보내여 좋은 논밭을 수십 정보씩이나 사주고,

거리 한복판에 집을 짓고

 

또한 군데군데 백여 채의 작은 집을 지어

의지할 곳 없는 친척들을 모두 불러 모아 그곳에서 살게 하였다.

 

또 많은 생질들을 혼인시켜 주는 한편  일족의 묘지를 마련하였으며,

그동안 적으나마 은혜를 입었던 자들에게 응분의 보상을 하고

또 원수진 문제들도 깨끗이 결말을 지었다.

이렇게 만사가 해결된 다음

 

자춘은 약속 날이 다가오자 걸음을 재촉하여 화산(華山) 땅에 도착하였다.

노인은 두 그루의 느티나무 그늘에 앉아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노인은 곧 자춘을 데리고 화산의 운대봉(雲臺峰)으로 올라갔다.

 

거의 사십 리나 인적이 없는 깨끗한 모양으로 보아 세상 사람의 집 같지 않았다.

집 위쪽에 아름다운 구름이 떠돌고 백학이 떼지어 날아다니고 있었다.

 

집안으로 들어가니 깊숙하고 아늑한 구석에는 약을 만드는 화로가 있었다.

화로의 높이는 아홉 자 가량 되고 보랏빛 불꽃이 번쩍이며 창밖으로 내비치고 있었다.

 

그리고 아홉 사람의 옥녀(玉女)가 화로를 둘러싸고

청룡(靑龍)과 백호(白虎)가 전후에서 호위를 하고 있었다.

 

 시간은 이미 해질 무렵이었다.

 

노인은 먼저 입고 있던 여느 사람의 옷을 벗어 버리고

황금관에다가 빨간 빛깔의 도포를 걸쳤는데 분명히 도사의 복장이었다.

 

노인은 하얀 돌 같은 환약 세알과 술 한 잔을 자춘에게 주면서 당장 마시라고 했다.

자춘이 약을 먹고 나자 방 서편에 호피(虎皮)를 한 장 깔고 동쪽을 향해 앉게 하였다.

 

"이제부터 말을 해서는 안돼.

신령, 악귀, 야차, 맹수, 지옥이 나타나고

또한 그대의 친척들이 묶여서 온갖 고통을 겪는 광경을 볼 테지만

모두가 진실이 아닐세

 

움직이지 않고 말을 않으며 마음을 갈아앉히고 두려움 없이 있으면  모든 고통도 없어지네.

오직 한마음으로 내가 시킨 것만을 잘 지키도록……"

 

노인은 주의를 주면서 나갔다.

 

 자춘이 뜰을 바라보니 물이 가득 담긴 독이 하나 있었다.

도사가 사라지자 깃발과 무기, 갑주가 자춘의 눈에 보였다.

 

몇 천몇 만이라는 기마병들이 골짜기를 메우고 용솟음치듯 울려 퍼지는 함성은

온천지를 뒤흔드는 것 같았다.

 

그중에서 한 무사가 대장이라고 자칭하면서 나타났다.

키는 열자나 되고 눈부신 황금투구를 쓰고 있다.

 

호위무사 몇 백 명이 모두 칼을 휘두르고,

시위를 당기고 있는 궁수들을 거느리고

곧장 집 앞에 오더니 사나운 콧김으로 호통을 쳤다.

 

"너는 어떤 놈인가!  대장군의 행군을 가로막고 있다니, 이 괘씸한 놈!"

 

호위 무사들은 칼을 내두르며

앞으로 달려 나와 자춘의 성명을 묻고 무엇을 하고 있는가고 따졌다.

그러나 자춘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질문을 던진 사람은 화가 잔뜩 나서 칼로 베려고 하는가 하면 활시위를 당기려는 자도 있었으나

자춘은 입을 꼭 다문 채 전혀 말이 없었다.

 

대장군이라고 자칭한 사람은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서 한참 씩씩거리더니 곧 어디론지 사라졌다.

 

다음 순간, 어느새 나타났는지

맹호, 독룡(毒龍), 사자, 살무사, 전갈 따위가

몇 만이나 꾸물꾸물 나타나자 울부짖기도 하고

 

혹은 금시라도 달려들 듯이 자춘을 위협하면서 뛰어넘기도 했다.

그러나 자춘은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고 있었다.

또 모두들 어디론지 사라져 버렸다.

 

그러자 이번에는 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더니

천둥이 치고 번갯불은 하늘을 쪼갤 듯 번뜩이고 캄캄한 하늘에서 내려온 불수레가

번갯불을 헤치며 달려와서 눈도 뜰 수 없을 만큼 무서운 광경이 벌어지는 것이었다.

 

순식간에 앞뜰에는 물이 열 자 깊이나 괴어 잠시 동안에 자춘의 무릎까지 차올랐다.

그러나 자춘은 단정하게 앉은 채 쳐다보지도 않았다.

 

 이윽고 아까 사라졌던 장군이 다시 나타났다.

소머리를 단 옥 사장과 이상한 얼굴의 귀신들을 거느리고

 

물이 펄펄 끓는 가마솥을

 

자춘의 앞에 갖다 놓자 많은 무사들이 덩달아 사방을 포위하기 시작했다.

그 중 한 무사가 장군의 명령을 전달하였다.

 

"이름을 대면 당장 용서해 주겠다.

그러나 이름을 안 댄다면 네 가슴패기를 창으로 꿰뚫어 가마솥에 처넣겠다."

 

자춘은 여전히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장군은 자춘의 아내를 잡아왔다.

 

그녀를 뜰에 끓어엎디게 해놓고 손끝으로 가리키며

"이름을 대면 용서하겠다."

 

그래도 자춘은 입을 열지 않았다.

 

이윽고 자춘의 아내는 매를 맞고 피를 흘리며 또 칼로 난도질을 당하더니

가마솥에 내던져져 삶기기도 하며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당하고 있었다.

그쯤 되자 아내는 울부짖으며

 

"저는 정말 부족한 사람으로 당신과 짝이 될만한 가치도 없는 여자입니다

하오나 다행히도 당신에게 시집와서 벌써 십 년이나 살아온 사이에요

그런데 이렇게 귀신들에게 잡혀와 견딜 수 없는 괴로움을 겪고 있잖아요."

 

당신에게 빌면서까지 살려 달라고 하는 게 아닙니다

당신이 한 마디만 해주시면 목숨을 건질 수가 있어요. 누구나 인정없는 사람이 없는데……

 

단 하마디을 아끼고 안해 주시다니 정말 무정한 분이군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부탁도 하고 욕을 퍼붓기도 했으나

그래도 자춘은 어금니를 꽉 문채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러자 장군은

 

"나한테 네놈의 마누라를 죽일 힘이 없는 줄 아느냐?"

 

칼을 가져오게 하여 아내의 다리를 토막토막 자르지 않는가.

아내는 더욱 울부짖고 아우성을 쳤으나 자춘은 끝내 돌아보지 않았다.

 

 그러자 장군은

 

"이놈이 벌써 도를 통했으니 언제까지나 이 세상에 살려 둬서는 안되겠다."

 

경호 군사에게 명을 내려 자춘의 목을 댕강 날려 버렸다.

목이 잘린 자춘의 영혼은 저승의 사신에게 이끌려 염라대왕 앞으로 나갔다.

 

염라대왕은

"이놈이 운대봉의 요사스운 인간인가. 당장 결박해서 감옥에 처넣어라! "

 

무서운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새빨갛게 단 구리 기둥을 안게 하고 쇠뭉치로 때리고

절구통에 넣어 찧다가 다시 불길 속에 던져 버리기도 하였다.

 

여러 가지 고통을 겪었으나

자춘은 도사의 말을 마음속으로 생각하면서 끝까지 견뎌냈다.

이윽고 지옥 사장이 고문이 끝났다는 보고를 하자 

염라대왕은 새로운 명령을 내렸다.

"이놈은 음한 기운을 받은 역적이기 때문에 남자로 두어서는 안된다.

그러니 여자로 만들어 주는 것이 좋은 것이다

산동성 선부현(禪父縣)에 사는 왕근(王勤)의 집안에 태아나게 해주어라."

 

이렇게 되어 자춘은 다시 세상에 태어났으나 날 때부터 몸이 연약하여

침이니 뜸이니 하고 약과 의사가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으나 별로 효험이 없었다.

 

그런 데다 어떤 때에는 불속에 떨어지기도 하고 침대 위에서 떨어지는 등

온갖 고통스러운 일도 겼었으나 어떤 일을 당해도 소리를 내지 않았다.

 

성장함에 따라 절세미인이 되었으나

말을 하지 않기 때문에 집안사람들은 벙어리라고 생각했다.

친척들이 놀래 대도 아무 대답이 없었다.

 

이때 한 고을에 사는 노규(盧圭)라는 진사가 있었는데

자춘의 미모가 뛰어났다는 소문만을 듣고 반해서 중매꾼을 세워 결혼을 신청하였다.

 

자춘에 집에서는 벙어리라고 하여 사양했으나

"아내로서 현부인 노릇을 한다면 말 같은 게 필요가 있겠습니까.

차라리 말 많은 여자들의 좋은 본보기가 될 것입니다."

 

드디어 혼약이 성립되어 노규는 순서를 밟아 준비를 끝내고 아내를 맞아들였다.

몇 년 동안은 매우 금슬이 좋아서 아들 하나를 낳았는데,

두 살이 되자 비길 때가 없을 만큼 총명했다.

 

노규는 이 아들을 안고 그 어미에게 말을 걸었으나 자춘은 대답이 없다.

그러자 노규는 크게 노하여

 

"옛날 가대부(賈大夫)의 아내는 남편을 천하게 여겨 웃지를 않았다.

그렇지만 남편이 꿩을 쏘아 맞히자 화를 풀었다고 한다.

나는 비록 가대부에 미치지는 못하나

 

문학에 있어서는 꿩을 쏘아 맞히는 정도의 솜씨보다 훨씬 넘는다

그래도 너는 말을 하지 않겠나.

 

사내가 마누라에게 바보 취급을 받을 바에는 자식을 가진들 무슨 소용이 있겠나."

 

말을 마치자마자 안고 있던 아들의 두 다리를 번쩍 들어 돌에다 머리를 메어쳤다.

순식간에 머리는 박살 나고 피가 사방에 낭자하게 뿌려졌다.

 

자춘은 그 순간 마음속에 모성애의 감정이 샘솟아 도사와의 약속을 잊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벌떡 일어나 앞으로 나서며

 

"앗! "

 

하고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앗! 하는 소리가 미처 끝나기도 전에 자춘의 몸은 제자리에 돌아와 있었고

 

그 도사가 앞에 서있었다.

 

아직 새벽녘이었다.  바라보니 아까 본 보랏빛 불길이 지붕을 꿰뚫고 집은 훨훨 타오르고 있었다.

도사가 한숨을 내쉬면서

 

"가난뱅이 서생놈! 나를 이 꼴로 만들었구나!"

소리를 지르며 자춘의 머리채를 잡아 물독 속에 처박아 버렸다.

이윽고 불은 꺼졌다.

 

도사는 자춘에게 다가와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그대의 마음은

희(喜), 노(怒), 애(哀), 구(懼), 오(惡), 욕(欲), 

여섯 가지는 완전히 잊어버렸다.

그러나 단 한 가지 잊지 못한 것은 애(愛)야.

 

만일 아까 그대가 소리를 지르지 않았더라면

 

내 영약(靈藥)도 완성되고 그대도 선인(仙人)이 되었을 것이다.

 

진정 선인이 될 인재를 얻기란 매우 힘드는 일이군.

나는 약을 다시 만들 수 있으나 그대는 영원히 속세를 벗어나지 못하겠네. 잘 있게나"

 

말끝을 흐리며 자춘에게 길을 가르쳐 주고 돌아가라고 했다.

 

도사는 매달리는 자춘을 뿌리치고 불탄 자리로 올라갔다.

 

독은 벌써 깨어지고 없었다. 다만 긴 쇠기둥이 하나 서 있을 뿐이었다.

도사는 옷을 훌훌 벗어젖히고 그 기둥을 칼로 열심히 깎기 시작했다.

 

자춘은 집에 돌아간 다음에도

도사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 못내 부끄러워

 

잘못을 보상하기 위해 다시 한번 운데봉으로 올라갔으나

사람이 다닐만한 길은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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